
지난 4월에 로마랑 피렌체 여행하면서 이상하게 자꾸 높은 데만 골라서 올라갔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쿠폴라, 피렌체 두오모 쿠폴라, 바로 옆 조토의 종탑,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사의 사탑까지.
혼자 이름 붙이길 '나의 이탈리아 4대 종탑 투어'. 사실 돔이 두 개, 종탑이 두 개라 정확한 명칭은 아니지만 뭐 어때. 내 다리는 이 네 곳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결론부터 스포하자면
- 전망 1등 🏆 바티칸 쿠폴라
- 가장 신기하고 재밌었던 곳 🌀 피사의 사탑
계단 수는 제일 적은데 왜 피사가 유독 힘들고 기억에 남았는지, 직접 가보니까 알겠더라. 하나씩 풀어볼게요.
1. 바티칸 쿠폴라|힘들게 올라간 보람이 제일 컸던 곳

네 곳 중에 "딱 한 군데만 다시 올라가라" 하면 나는 무조건 바티칸.
발밑에 펼쳐지는 성 베드로 광장, 양옆으로 둥글게 뻗은 회랑, 그 너머로 이어지는 로마 시내. 아래에서 볼 때랑 위에서 내려다볼 때 느낌이 진짜 다르다. 올라갈 땐 계단 세느라 정신없는데, 꼭대기 딱 도착하는 순간 '아 이래서 다들 올라오는구나' 싶음.
- 계단: 총 551개 (엘리베이터 타도 마지막 320개는 무조건 도보)
- 관람 시간: 약 1시간 잡기 (보안검색·대성당 관람은 별도)
- 꿀팁: 위쪽 좁고 굽은 통로는 속도보다 발밑 조심하면서 천천히
엘리베이터 표 샀다고 다리 쉴 수 있는 거 아님… 이건 미리 알아두면 좋을 듯.
2. 피렌체 두오모 쿠폴라|밖에서만 보던 그 돔, 안으로 들어가는 재미

피렌체 하면 그 유명한 붉은 돔 지붕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 온 기분 물씬 나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또 다른 느낌.
- 계단: 463개 (엘리베이터 없음)
- 관람 시간: 약 45분
여기는 사실 전망만 보려고 올라가면 좀 아까운 곳. 돔 안쪽 그림이랑 구조를 가까이서 보고, 좁아지는 통로 따라 올라가는 그 과정 자체가 볼거리다. 밖에서 볼 땐 그냥 멋진 건축물인데 안에 들어가면 '와 이 안에 사람 다니는 길까지 만들어놨네' 싶은 감탄이 절로.
넓고 반듯한 요즘 계단 생각하면 곤란함. 좁은 구간에서는 앞사람이랑 간격 두고 한 계단씩 가는 게 편하다.
바티칸이 탁 트인 전망으로 기억된다면, 여긴 건축물 속을 통과해서 나온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3. 조토의 종탑|두오모를 제대로 보려면 옆 건물에 또 올라야 함

두오모 쿠폴라까지 올라갔는데 "여기도 또 올라가야 해?" 싶을 수 있는데, 두 곳은 보는 방향 자체가 다르다.
쿠폴라 위에서는 피렌체 시내를 내려다보고, 조토의 종탑에서는 그 쿠폴라 자체를 감상할 수 있음.
- 계단: 414개 (역시 엘리베이터 없음)
- 관람 시간: 약 45분
- 중간층에서 숨 고르며 풍경 볼 수 있는 것도 장점
쿠폴라보다 계단 49개 적다고 방심하다간 다리가 배신함. 두 곳 다 오를 계획이면 중간에 밥 먹거나 좀 쉬는 시간 넣는 걸 추천. 계단 기록 세우러 온 거 아니니까 굳이 서두를 필요 없음.
4. 피사의 사탑|사진보다 내 몸이 먼저 기울기를 눈치챘다

가장 독특했던 곳, 단연 피사의 사탑.
밖에서 볼 땐 "와 진짜 기울었네" 정도였는데, 계단 오르기 시작하니까 그 기울기가 눈에만 보이는 게 아니었다. 몸으로 느껴짐. 발밑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쏠리는 구간이 있고, 나선형 계단이라 몸이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다리로 올라가면서 동시에 균형까지 잡아야 하는 신기한 경험.
- 계단: 251개 (네 곳 중 가장 적음)
- 관람 시간: 약 30분
근데 계단 숫자만 보고 만만하게 봤다간 큰코다친다. '이렇게 기울었는데 어떻게 아직도 서 있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듦. 힘든데 신기하고, 신기하니까 계속 올라가고 싶어지는 묘한 매력.
소지품 관리는 네 곳 중 여기가 제일 빡셈. 백팩은 물론이고 작은 핸드백도 예외 없이 보관소에 맡겨야 하고, 입구에서 금속탐지기 검사까지 받는다. 나만 몸만 가볍게 올라가고 배낭은 아래서 대기.
이탈리아 4대 계단, 한눈에 비교표
(아래 시간은 실측이 아니라 일정 짜기용 대략적인 참고치. 대기·휴식·혼잡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장소 계단 수 편도 오르기 예상 전체 관람 참고시간
| 바티칸 쿠폴라 | 551개 (엘리베이터 시 320개) | 도보 약 20~30분 / 엘리베이터 이후 약 15~25분 | 약 1시간 |
| 피렌체 두오모 쿠폴라 | 463개 | 약 20~30분 | 약 45분 |
| 조토의 종탑 | 414개 | 약 15~25분 | 약 45분 |
| 피사의 사탑 | 251개 | 약 10~15분 | 약 30분 |
SNS 보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더라
가기 전엔 SNS에서 "체력 좋아야 올라간다"는 얘기 많이 봤는데, 직접 가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숨차고 다리 뻐근한 건 맞는데, 운동선수급 체력이 필요한 코스는 아니었음. 평소 계단 좀 오르는 초등학생도 보호자랑 자기 페이스로 충분히 도전 가능한 수준.
다만 피사의 사탑은 나이 제한 있음. 방문 연도 기준 만 8세 미만 어린이는 입장 불가, 18세 미만은 보호자 동반 필수.
체격 크다고 무조건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좁은 통로랑 수백 개 계단은 각오해야 함. 특히 관절 안 좋으면 "옆에서 부축해주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결정하지 말 것.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도 힘든 구간 있고 내려오는 길도 남아있으니까. 바티칸이랑 피사의 사탑은 이동에 어려움 있는 분들껜 등반 자체를 권하지 않는 편.
입장료랑 짐, 이것만 챙기면 됨
(아래 금액은 결제 영수증 기준이 아니라 2026년 9월 확인 성인 요금 참고치. 예약 경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장소 성인 요금 참고 소지품 주의사항
| 바티칸 쿠폴라 | 계단 €17 / 엘리베이터 €22 | 작은 개인가방만 OK, 큰 배낭·캐리어 불가 (보관 서비스 없음!) |
| 피렌체 두오모 쿠폴라 | 브루넬레스키 패스 €30 | 백팩 등은 지정 보관소에 |
| 조토의 종탑 | 조토 패스 €20 (브루넬레스키 패스에도 포함) | 백팩 등은 지정 보관소에 |
| 피사의 사탑 | €20 | 가방·짐 전부 보관소 필수 |
꿀팁 몰아보기
- 피렌체에서 쿠폴라+조토의 종탑 둘 다 오를 거면 브루넬레스키 패스 하나로 끝. 각각 따로 낼 필요 없음 (€30+€20 아낌!)
- 피렌체는 셀카봉·삼각대 사용 제한 있어서 휴대폰이랑 필수품만 챙기는 게 편함. 신분증이랑 예약표는 필수
- 바티칸은 어깨·무릎 가리는 복장 필요, 보안검색 시간 감안해서 좀 일찍 도착하기
- 피사의 사탑은 작은 백팩도 반입 금지. 티켓 오피스 옆 무료 보관소 있으니 입장 전에 짐 싹 다 맡기고 몸만 가볍게 ^^
다시 간다면? 네 곳 다 또 올라가고 싶음
네 군데 다녀오고 뼈저리게 느낀 거 하나. 계단 숫자만으로는 오르는 맛을 비교할 수 없다는 것.
바티칸은 전망이 최고였고, 피렌체 쿠폴라는 오르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조토의 종탑은 두오모를 바라보는 자리가 좋았고, 피사의 사탑은 기울어진 건물 안을 걷는 경험 자체가 특별했다.
가장 좋았던 곳 물으면 바티칸, 가장 기억에 남는 곳 물으면 피사.
근데 다시 갈 기회 생긴다면? 네 곳 다 또 올라가고 싶다. 이번엔 계단 수 덜 세고, 풍경 좀 더 오래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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